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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지식

[고전 운문] 규원가(허난설헌) 전문, 해석, 한글 hwp 파일 다운

by M.Uive 2023.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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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원가

 

엇그제 저멋더니 하마 어이 다 늘거니.

엊그제 젊었었는데, 벌써 어찌 다 늙었는가?

소년 행락(少年行樂) 생각하니 일러도 속절업다.

어린 시절 생각하니 말해도 부질없다.

늘거야 서른 말씀 하자니 목이 멘다.

늙어서 서러운 말을 하자니 목이 메인다.

부생모육(父生母育) 신고(辛苦)하야 이내 몸 길러 낼 제

부모님께서 고생하셔서 이내 몸을 길러 낼 때

공후 배필(公侯配匹)은 못 바라도 군자호구(君子好逑) 원(願)하더니,

공후(높은 벼슬) 남자는 바라지 않더라도 군자를 원하였다.

삼생(三生)의 원업(怨業)이오 월하(月下)의 연분(緣分)으로,

전생의 업보요, 월하(인연을 이어주는 신)의 인연으로

장안 유협(長安遊俠) 경박자를 꿈같치 만나 잇서,

장안의 경박자(날라리)를 꿈처럼 만나서_(남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당시(當時)의 용심(用心)하기 살어름 디듸는 듯,

당시에 마음쓰기가 살얼음 딛는 듯(위태로웠다)

 

 

삼오 이팔(三五二八) 겨오 지나 천연 여질(天然麗質) 절로 이니,

삼오이팔(15~16세) 갓 지나 저절로 (나의) 아름다움이 절로 일었다.

이 얼골 이 태도(態度)로 백년 기약(百年期約) 하얏더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백년 기약 하였는데

연광(年光)이 훌훌하고, 조물(造物)이 다시(多猜)하야,

세월이 훌훌지나고 조물주가 시기하여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봄바람 가을 물(계절)이 뵈우리 북 지나듯 흘러갔다(쏜 살같이 지나갔다는 관용표현)

설빈 화안(雪鬢花顔) 어디 두고 면목가증(面目可憎) 되거고나.

하얗고꽃같은 얼굴은 어디 가버리고 면목가증(못생긴 얼굴)이 되었구나.(대조적 시어)

내 얼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내 얼굴을 내가 보아도 어느 님이 날 사랑할쏘냐.

스스로 참괴(慙愧)하니 누구를 원망(怨望)하리.

스스로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겠느냐?

 

 

삼삼오오(三三五五) 야유원(冶遊園)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삼삼오오 야유원(술집)에 새 사람이 생겼단 말이냐?

곳 피고 날 저물 제 정처(定處) 업시 나가 잇어,

꽃 피고 날 저물 때 정처없이 나가 있어

백마 금편(白馬 金鞭)으로 어디어디 머무는고.

백마금편(호사스러운 복장)으로 어디어디 머무는가?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소식(消息)이야 더욱 알랴.

원근(멀고 가까운 위치)를 모르는데 소식을 어찌 알겠느냐?

 

 

인연(因緣)을 긋쳐신들 생각이야 업슬소냐.

인열을 끊어버릴 생각이야 없겠느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얼굴을 못 보거든 그립지나 말지

열두 때 김도 길샤 설흔 날 지리(支離)하다.

하루 열두 때와 한달 서른 날이 지루하다._(구체적 수치를 사용해 정서를 강조)

옥창(玉窓)에 심은 매화(梅花) 몃 번이나 픠여 진고.

창가에 심은 매화는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가?

겨울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겨울밤 차고 찰 때 눈이 섞어 내리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즌비는 므스 일고.

여름날 길고 길 때 궂은 비는 무슨 일일까?_(대구법)

삼춘 화류(三春花柳) 호시절(好時節)의 경물(景物)이 시름업다.

봄의 좋은 시절 경치가 감흥이 없구나.

가을달 방에 들고 실솔(蟋蟀)이 상(床)에 울 제,

가을 달이 방에 들어오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_(실솔 : 청각적 심상)

긴 한숨 디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긴 한숨 흐르는 눈물, 속절 없이 생각마 많아진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하여 어이하리.

돌이켜 풀어 헤아려보니 이리하여 어찌하겠느냐?

청등(靑燈)을 돌라 노코 녹기금(綠綺琴) 빗기 안아,

청등을 걸어 두고 녹기금(악기)를 빗겨 안고

벽련화(碧蓮花) 한 곡조를 시름 조차 섯거 타니,

벽련화(노래 제목)을 한 곡조 시름을 섞어 타니

소상 야우(瀟湘夜雨)의 댓소리 섯도는 듯,

소상(지명)에 비오는 밤 대나무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구슬픈 가락)

화표(華表) 천년(千年)의 별학(別鶴)이 우니는 듯,

화표에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우는 듯

옥수(玉手)의 타는 수단(手段) 녯 소래 잇다마는

옥수(화자의 고운 손)으로 타는 옛 노래 소리지만_(청각적 심상과 독수공방의 처지)

부용장(芙蓉帳) 적막(寂寞)하니 뉘 귀에 들리소니.

부용장(연꽃을 수놓은 장막-커튼)이 적막하니 누구 귀에 들리겠느냐?

간장(肝腸)이 구곡(九曲) 되야 구븨구븨 끊쳐서라.

애간장이 꼬이고 굽이굽이 끊어질 것 같구나

 

 

찰하리 잠을 드러 꿈의나 보려 하니,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나 보려 하니.

바람의 디난 닢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바람의 지는 잎과 풀 속의 우는 짐승_(짐승: 방해물)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깨오는다

(너희는) 무슨 일로 원수져서 잠조차 깨우느냐?

천상(天上)의 견우직녀(牽牛織女) 은하수(銀河水) 막혀서도,

천상의 견우직녀는 은하수가 막혀있어도_(견우직녀 : 화자와 대조되는 처지)

칠월칠석(七月七夕) 일년 일도(一年一度) 실기(失期)치 아니거든,

칠월칠일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약속을 놓치지 않는데,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약수(弱水) 가렷관데

우리 님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배도 가라앉는 다는 전설 속의 강)가 가렸길래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끄쳤는고.

오거나 거거나 소식조차 그쳣는가?

 

 

난간(欄干)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데 바라보니,

난간에 빗겨 서서 님 가신 곳을 바라보니

초로(草露)는 맷쳐 잇고 모운(暮雲)이 디나갈 제,

이슬은 맺혀있고 해질 무렵 구름이 지나갈 때

죽림(竹林) 푸른 곳에 새소리 더욱 설다.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소리가 더욱 서럽구나.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하려니와,

세상에 서러운 사람 수 없이 많다지만

박명(薄命)한 홍안(紅顔)이야 날 가트니 또 이실가.

운명이 야박한 예쁜 미인인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하여라.

아마도 이 님 때문에 살동말동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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