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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인곡(思美人曲)
서사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이 몸 태어날 때 님을 따라서 태어났으니
한 생 연분(緣分)이며 하늘 모를 일이런가.
한 평생 인연인 것을 하늘이 모를일이겠는가?(설의법)
나 하나 졈어 잇고 님 하나 날 괴시니,
나는 젊었고, 님이 날 사랑하시니
이 마음 이 사랑 견졸 데 노여 업다.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할 데가 전혀 없었다.
평생(平生)애 원(願)하요대 한대 녜쟈 하얏더니,
‘평생에 원함이니 함께 살자’ 하였더니
늙거야 므사 일로 외오 두고 그리난고.
늙어서 무슨 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_(시적정황 이별)
엇그제 님을 뫼셔 광한뎐(廣寒殿)의 올낫더니,
엊그제 님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랐는데
그 더대 엇디하야 하계(下界)예 나려오니,
그 사이 어찌하여 인간세계로 내려오니
*옥황상제와 선녀의 관계에 빗댐_(이원적 세계관, 적강화소)
올 저긔 비슨 머리 헛틀언 디 삼년(三年)일세.
올 때 빗은 머리 헝클어진지 삼년이되었구나.
연지분(臙脂粉) 잇지마난 눌 위하야 고이 할고.
연지분이 있지만은 누구를 위하여 고이 할까_(연지분 : 화자가 여성임을 암시)
마음의 맺친 실음 텹텹(疊疊)이 싸혀 이셔,
마음에 맺힌 시름 첩첩이 싸여 있어
짓나니 한숨이오 디나니 눈믈이라.
짓는 것은 한숨이오, 떨어지는 것은 눈물이다. _(표현 대구법)
인생(人生)은 유한(有限)한대 시름도 그지업다.
인생은 끝이 있지만, 시름은 끝이 없구나. _(표현 대구, 대조)
무심(無心)한 셰월(歲月)은 믈 흐르듯 하난고야.
무심한 세월은 물 흐르듯 하는구나.
염냥(炎凉)이 때를 아라 가난 듯 고텨 오니,
더위와 추위(계절)가 때를 알아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 일도 하도 할샤.
듣거나 보거나 느낄 일이 많기도 많다.
본사
(1) 봄
동풍(東風)이 건듯 부러 젹셜(積雪)을 헤텨 내니,
동풍(봄바람)이 살짝 불어 쌓인 눈을 헤쳐 내니
창(窓)밧긔 심근 매화(梅花) 두세 가지 픠여셰라.
창 밖에 심은 매화(충성심) 두세 가지 피어있다.
갓득 냉담(冷淡)한데 암향(暗香)은 므사 일고.
냉기가 가득한데, 진한 향기는 무슨 일인가?
황혼(黃昏)의 달이 조차 벼마태 빗최니,
황혼에 달이 돋아 베갯머리에 비치니
늣기난 듯 반기난 듯 님이신가 아니신가.
흐느끼듯 반기듯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매화(梅花) 것거 내여 님 겨신 대 보내오져.
저 매화(충성, 화자의 분신) 꺾어 내어 임 계신 데 보내고 싶구나
님이 너를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임금)님이 너(의인법)를 보고 어떻다 여기실까?
(2) 여름
곶 디고 새닙 나니 녹음(綠陰)이 깔렷난대,
꽃 지고 새 잎이 돋아나니 짙푸른 나무빛이 깔렸는데,
나위(羅幃) 젹막(寂寞)하고 슈막(繡幕)이 뷔여 잇다.
비단 장막 안(규방)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규방)이 비어 있다._(외로움)
부용(芙蓉)을 거더 노코 공작(孔雀)을 둘러 두니,
연꽃(연꽃 병풍)을 걷어 놓고, 공작(공작 병풍)을 둘러 두었으나
갓득 시름 한 대 날은 엇디 기돗던고.
시름이 가득한데 하루는 어찌나 길던지
원앙금(鴛鴦錦) 버혀 노코 오색션(五色線) 플텨 내여,
원앙이 수 놓은 비단을 잘라 두고, 오색 선을 풀어 내어
금자로 견화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금으로 만든 자로 재단하여 님의 옷을 지어내니_(고급 소재와 옷은 화자의 정성)
수품(手品)은카니와 제도(制度)도 가잘시고.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산호수(珊瑚樹) 지게 우에 백옥함(白玉函)의 다마 두고,
산호수로 만든 지게 우의 백옥함에 담아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대 바라보니,
님에게 보내려고 님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山)인가 구름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산(장애물)인가, 구름인가(장애물) 험하기도 험하구나
쳔리(千里) 만리(萬里) 길을 뉘라셔 차자갈고.
천리 만리 길에 누가 찾아갈 수 있을까?
니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가거든 여러 두고 나인가 반겨 주실까?
(3) 가을
하루밤 서리 김의 기러기 우러 녈 제,
하룻밤 서리가 기운에 기러기가 울며 갈 때
위루(危樓)에 혼자 올나 슈정념(水晶簾)을 거든 말이,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 발을 걷어 보니
동산(東山)의 달이 나고, 북극(北極)의 별이 뵈니,
동쪽에 달이 뜨고, 북극에 별이 보인다.
님이신가 반기니 눈믈이 절로 난다.
님이신가 반기니 눈물이 절로 난다_(연군지정)
쳥강(淸光)을 믜여 내여 봉황누(鳳凰樓)의 븟티고져.
푸른 빛을 잘라 내어 봉황누(궁궐)에 부치고 싶다._(추상적 대상의 구체화)
누(樓) 우에 거러 두고 팔황(八荒)의 다 비최여,
다락 위에 걸어 두고 온 세계를 다 비추어
심산궁곡(深山窮谷) 졈낫가티 맹그쇼셔.
깊은 산속 골짜기까지 대낮처럼 만들어 주소서_(선정에 대한 요청)
(4) 겨울
건곤(乾坤)이 폐색(閉塞)하야 백셜(白雪)이 한 빗친 제,
온 세상이 얼어 붙고 흰 눈으로 가득할 때
사람은카니와 날새도 긋쳐 잇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날아다니는 새도 없다.
쇼샹남반(瀟湘南畔)도 치오미 이러커든,
남쪽지역(담양)도 추위가 이러한데
옥루(玉樓) 고쳐(高處)야 더옥 닐너 므삼하리.
옥루 고쳐(궁궐)는 말해서 무엇하리_(임금에 대한 걱정)
양춘(陽春)을 부처 내여 님 겨신 대 쏘이고져.
봄볕을 잘라 내어 님 계신 데 쏘이고 싶다.
모쳠(茅殀) 비쵠 해를 옥누(玉樓)의 올리고져.
초가집에 비췬 해를 궁궐에 올리고 싶구나_(추상적 대상의 구체화)
홍샹(紅裳)을 니믜차고 취수(翠袖)를 반(半)만 거더
붉은 치마를 입고, 푸른 소매를 반만 걷은 옷차림으로
일모슈듁(日暮脩竹)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해질 무렵 대숲에서 생각할 거리가 많기도 많구나
댜른 해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짧은 해는 쉽게 지고, 긴 밤을 꼿꼿이 앉아
쳥등(靑燈) 거른 겻에 뎐공후(鈿箜篌) 노하 두고,
청등을 옆에 걸어 두고, 악기를 옆에 놓아 두고
꿈의나 님을 보려 턱 밧고 비겨시니,
꿈에나 님을 보려고 턱 받치고 옆으로 기대 누웠으나
앙금(鴦衾)도 차도 찰샤 이 밤은 언제 샐고.
원앙금침(이불 속)이 차기도 차구나. 이 밤은 언제 샐까?
결사
하루도 열두 달 한 달도 셜흔 날
하루는 열두 때, 한 달은 서른 날
져근덧 생각 마라 이 시름 닛쟈 하니,
잠깐이라도 생각나지 말라. 이 시름을 잊자 하니
마음의 맺혀 이셔 골슈(骨髓)의 끼쳐시니,
(그리움이) 마음에 맺혀 있어 뼛속까지 끼쳐있으니
편쟉(扁鵲)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하리.
편작(명의)가 열이 와도 이 병을 어찌하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아아, 내 병이야, 다 님의 탓이로다.
찰하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차라리 죽어서 호랑나비가 되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대 죡죡 안니다가
꽃나무 가지마다 간 데 족족 앉았다가
향 므든 날애로 님의 오새 올므리라.
향기 묻은 날개로 님의 옷에 옮기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르셔도 내 님 조차려 하노라.
님이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님을 따르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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