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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미인곡
(갑녀)
뎨 가는 뎌 각시 본 듯도 한뎌이고.
저 가는 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텬샹(天上) 백옥경(白玉京)을 엇디하야 니별(離別)하고,
천상의 백옥경(궁궐과 천상 세계)를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난고.
해 다 져문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가?
(을녀)
어와 네여이고 내 사셜 드러 보오.
어와, 너로구나, 내 이야기 들어보시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한가마난
내 얼굴과 이 행동은 님이 사랑할만 해서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세
어쩐지 날 보시고 ‘너로구나’ 여기셨다
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나도 님을 믿고 군뜻이 전혀 없어
이래야 교태야 어지러이 구돗던디
이렇게 교태를 어지럽게 굴었던지
반기시는 낯비치 녜와 엇디 다르신고.
반기시는 낯 빛이 예전과 어찌 달라지셨는가?
누어 생각하고 니러 안자 혜여하니
누워서 생각하고 일어 앉아 헤아려보니
내 몸의 지은 죄 뫼가티 싸혀시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처럼 쌓여 있었으니
하늘히라 원망하며 사람이라 허믈하랴.
하늘이라고 원망하여 사람을 탓하겠느냐?
셜워 플텨 혜니 조믈(造物)의 타시로다.
서러워 풀어 헤아려보니 다 조물주(운명)의 탓이로다
(갑녀)
글란 생각 마오.
그런 생각 마오.
(을녀)
매친 일이 이셔이다.
(가슴에) 맺힌 일이 있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과거에) 님을 모셔서 님의 일을 내가 아는데
믈 가튼 얼굴이 편하실 적 몃 날일고.
물 같은 얼굴이 편하실 때가 몇 날이나 되시는가?
츈한고열(春寒苦熱)은 엇디하야 디내시며
봄여름은 어찌 지내시며
츄일동쳔(秋日冬天)은 뉘라셔 뫼셧난고.
가을겨울은 누가 모시고 있는가?
죽조반(粥早飯) 죠셕(朝夕) 뫼 녜와 같이 셰시난가.
아침저녁으로 식사는 예전과 같이 드시는가?
기나긴 밤의 잠은 엇디 자시난고
기나긴 밤에 잠은 어찌 주무시는가?
님다히 쇼식(消息)을 아므려나 아쟈 하니
님의 소식을 아무에게나 물어 알아볼까 하니
오늘도 거의로다. 내일이나 사람 올가.
오늘도 하루가 다 갔구나, 내일이면 (전해 줄) 사람이 올까?
내 마음 둘 대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내 마음을 둘 데 없다,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잡거니 밀거니 높픈 뫼해 올라가니
잡거니 밀거니 높은 산에 올라가니
구롬은카니와 안개는 므사 일고.
구름(방해물)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방해물)는 무슨 일일까?
산쳔(山川)이 어둡거니 일월(日月)을 엇디 보며
산천이 어두운데, 해와 달(원관념 : 임금)을 어찌 보며
지쳑(咫尺)을 모르거든 쳔리(千里)를 바라보랴.
지척을 알 수 없는데, 천리 먼길을 어찌 보겠는가?
차라리 믈가의 가 뱃길이나 보쟈 하니
차라리 물가에 가서 뱃길이나 보자 하니
바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바람과물걸이 어떻게 된 일인가?
샤공은 어대 가고 븬 배만 걸렷난고.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가 걸려 있는가?
강텬(江天)의 혼쟈 셔셔 디난 해를 구버보니
강둑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바라보니
님다히 쇼식(消息)이 더옥 아득하뎌이고.
님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모쳠(茅簷) 찬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초가집 찬 자리에 밤이 돌아오니
반벽쳥등(半壁靑燈)은 눌 위하야 밝았는가.
벽에 걸어둔 청등은 누구를 위해 밝혀 두었을까?
오르며 내리며 헤뜨며 바니니
오르고 내리고 헤집고 바쁘게 다녔다.
져근덧 녁진(力盡)하야 픗잠을 잠간 드니
어느덧 힘이 빠져 풋잠을 잠깐 드니
졍셩(精誠)이 지극하야 꿈에 님을 보니
정성이 지극해 꿈에 님을 보았다.
옥(玉) 가튼 얼구리 반(半)이나마 늘거셰라.
옥 같은 얼굴이 반이 늙었구나
마음의 머근 말씀 슬카장 삷쟈 하니
마음에 먹은 말씀 실컷 아뢰고자 하니
눈믈이 바라 나니 말씀인들 어이하며
눈물이 바로 나니 말씀인들 어찌하며
졍(情)을 못다 하야 목이조차 몌여하니
감정이 북받쳐서 목조차 메여온다.
오뎐된 계셩(鷄聲)의 잠은 엇디 깨돗던고.
방정맞은 닭(방해물)이 울어 잠을 어찌 깨었던가?
어와, 허사(虛事)로다. 이 님이 어대 간고.
아아, 허사로다. 이 님이 어디 가버렸는가?
결의 니러 안자 창(窓)을 열고 바라보니
잠결에 일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츨 뿐이로다.
가엾은 그림자(화자) 날 좇을 뿐이로다.
찰하리 싀여디여 낙월(落月)이나 되야이셔
차라리 죽어서 낙월이 되어서
님 겨신 창(窓) 안해 번드시 비최리라.
님 계신 창 안을 반듯이 비추리라.
ㄱ
(갑녀)
각시님 달이야카니와 구즌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물론이거니와 궂은 비가 되세요
*달빛보다 궂은 비가 님에게 더 적극적으로 닿을 수 있는 소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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