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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지식

[현대시] 당신만 어려운 박재삼 '수정가' 해석

by M.Uive 2024. 4. 29.

1. 박재삼 수정가 전문

 

수정가



집을 치면 정화수 잔잔한 위에 아침마다 새로 생기는 물방울의 선선한 우물집이었을레. 또한 윤이 나는 마루의, 그 끝에 평상의, 갈앉은 뜨락의, 물냄새 창창한 그런 집이었을레. 서방님은 바람 같단들 어느 때고 바람은 어려 올 따름, 그 옆에 순순(順順)한 스러지는 물방울의 찬란한 춘향이 마음이 아니었을레.


하루에 몇 번쯤 푸른 산 언덕들을 눈 아래 보았을까나. 그러면 그 때마다 일렁여 오는 푸른 그리움에 어울려 흐느껴 물살짓는 어깨가 얼마쯤 하였을까나. 진실로, 우리가 받들 산신령은 그 어디 있을까마는 산과 언덕들의 만 리 같은 물살을 굽어보는, 춘향은 바람에 어울린 수정빛 임자가 아니었을까나.

-박재삼, <춘향이 마음 초>(1962)-





이상의 시 보다 더 난해한 시로 많은 학생들이 해석에 곤란함을 느끼는 작품이다.

춘향전을 모티프로 삼아 이몽룡을 기다리는 춘향의 마음을 집에 빗대었다는 점을 접근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살을 붙여 읽어보면 아래와 같다.



 

 

 

2. 박재삼 수정가 해석


(춘향의 마음을) 집에 빗대자면

잔잔하고 깨끗한 물 위에 아침마다 이슬이 가라앉는

그런 우물이 있는 집이었을 것이다.

또는 윤이 반질반질 나는 마루가 있고,

그 마루 끝에 마당과 물냄새가 가라 앉는

그런 집이었을 것이다.

서방님은 바람과 같아 어느 때고 그저 불어올 따름.

그 옆에 순순히 사라지는 물방울처럼

순종적이고 순수함이 춘향이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춘향은 이몽룡이 떠난 후) 하루에 몇 번이나 푸른 산 언덕 위에 올라가

산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까?

그러면 그때마다 일렁이는 그리움에 사무쳐

어깨를 들썩이며 얼마나 울었을까?

진실로 우리의 소원을 들어줄 신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과 언덕이 만든 굽이굽이 길을 내려다 보며

몽룡을 기다리는 춘향이는

바람과 같은 이몽룡에 어울리는

고결한 임자(아내, 주인)인 것만큼은 잘 알겠다.





3. 박재삼 수정가 핵심 정리

 

  • 제재 : 춘향의 마음
  • 성격 : 비유적, 산문적
  • 특징 : 춘향전을 모티프로 사용
  • 정화수, 우물 등 맑고 고결한 이미지로 춘향의 속성을 표현.
  • 시각, 후각적 이미지를 활용해 생생하게 표현.
  • 도치, 예스러운 말투, 시적 허용(종결어미의 변형)
  • 종결어미 ~을레의 반복으로 운율감 형성